[독후감] 오직 두 사람
이 책은 7편의 단편소설로 엮여있다. 각기 다른 내용이지만 하나의 주제로 함께 묶여있다.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신의 장난> 이 단편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이야기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뭔가를 상실한 사람들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
<오직 두 사람>에서는 이 지구에 어떤 희귀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오직 두 사람'만 남았을 때,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떠나버리고 홀로 남아버린 사람. 그 이후 남겨진 사람. 언어의 독방에 갇혀버린,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된다. 아빠와 딸. 모든 가족들이 아빠를 떠나고 유일하게 아빠 옆에 남은 딸이 있다.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했지만 그런 아빠를 책임지고 마지막 까지 지켜야 했던, '오직 두 사람'만 남았을 때 아빠가 떠났다. 홀로 남아버린 딸은 어떻게 살아갈까. <아이를 찾습니다>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부가 등장한다. 아이를 잃어버린 후의 이야기 마트에서 3살짜리 아들을 잃어버린 후, 11년동안 부모는 아이를 찾아 헤멘다. 11년동안 아이의 아빠는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는 조현병에 걸리고만다. 그들은 잃어버린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린다. 마치 종교의식을 치리듯 매일 매일을 전단지를 돌리면서 아이를 찾아 헤멘다. 그리고 11년 후 아들이 돌아왔다. 꿈에 그리던 아들을 찾았지만, 그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이 단편은 그 후의 이야기다. 이 외에도 다른 단편에서도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김영하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팩트 따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작가의 말
단편들을 읽어보니 작가 특유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단편도 있고, 마음이 아려오고,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단편도 있었다. 나는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이 두 단편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저는 생각했어요.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에 대해서요. 이제 그만화해하지그래, 라고 참견할 사람도 없는 외로움.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말다툼. 만약 제가 사용하는 언어의 사용자가 오직 두 사람만 남았다면 말을 조심해야겠어요. 수십 년 동안 언어의 독방에 갇힐 수도 있을 테니까. 그치만 사소한 언쟁조차 할 수 없는 모국어라니, 그게 웬 사치품이에요?
<오직 두 사람 p12>
그는 미라를 한번 정신병원에 갖다넣으면 다시는 데리고 나오지 못할것임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를 지탱해온 미신적인 신념들도 무너지고 말 것이었다. 미라가 정신병원에 가면 성민이는 절대 돌아오지 못한다, 는 비이성적인 믿음. 이 믿음은, 성민이만 돌아오면 미라의 병은 깨끗이 낫게 되리라는 또다른 믿음과도 이어져 있었다. 그런 믿음을 차치하고라도 윤석은 미라를 버릴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미친 아내를 떠맡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윤석이 정신 나간 아내에게 기대고 있었다. 아무 소용이 없는 줄 알면서도 매일 전단지를 돌린 것처럼, 남들이 보기엔 아무 희망도 없는 부부관계에서 그는 삶을 지탱할 최소한의 에너지를 쥐어짜내고 있었다. 그에게 미라는 카라반의 낙타와도 같은 존재였다. 목표와 희망까지 공유할 필요는 없었다. 말을 못해도 돼. 그저 살아만 있어다오. 이 사막을 건널 때까지. 그래도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이 끔찍한 모래지옥을 함께 지나가겠는가.
<아이를 찾습니다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