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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정세랑 장편소설 : 덧니가 보고 싶어

yesno 2020. 5. 4. 16:47

 

 

 ⭐️⭐️⭐️⭐️⭐️ 5/5

 
이 책을 읽은 순간 나는 결심했다. 이 작가의 팬이 되기로! (완전 내 취향 범벅)

 

 나는 책을 고를 때, 표지를 보고 고른다. 그다음은 제목. 이 책도 그렇게 골랐는데, 표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너무 읽어보고 싶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표지와 제목 때문에 골랐다가 정말 성공했다. 누가 들으면 그게 뭐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가도 책 내용도 미리 알지 못하고 껍데기만 보고 고른 책이 정말 재미있을 때,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약간 선물 받은 느낌이다. 학교 전자도서관에서 이북으로 빌려 읽었는데, 나중에 꼭 단행본을 사야겠다. 그리고 장세랑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지

 


 

  주인공 재화는 장르 소설가이다.  그리고 재화는 전 남친을 아홉 번 죽였다.

" 재화는 용기를 아홉 번 죽였다. 매번 다른 방식으로, 숨을 확실히 끊어놓았다. " 

 

  소설 첫 부분인데 아주 강렬하다. 실제로 죽인 건 아니고, 주인공인 재화가 전 남자 친구인 용기와 헤어진 후로, 의도치는 않았지만 쓰다 보니 소설 속에 전 남자 친구 용기가 등장하게 되고, 또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딱 들어맞게 전 남자 친구가 죽게 되는. 죽일 수밖에 없었기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9편의 단편에서 용기는 모두 죽었다. 

 재화는 그동안 쓴 단편들을 출판하기 위해서 글들을 하나씩 퇴고하는데,  퇴고가 끝날 때 마다. 그러니까 소설 속 용기가 이야기 마지막에 죽을 때마다. 실제 용기의 몸 곳곳에 문신처럼 소설 속 문장이 피부에 세겨진다.(!!!)  

 재화가 퇴고를 할 때 마다. 액자식 구성으로 재화가 쓴 장르 소설들이 실리는데, 이게 이 소설의 백미다.

 처음에 장르소설이 뭔지 몰라서 찾아봤는데,  판타지소설, 무협소설, sf소설, 게임소설, 추리소설 같은 걸 묶어서 장르 소설이라고 부르는 듯. 내 취향이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건지 이 작가님이 글을 잘 쓰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재화가 쓴 단편이 정말 재미있었다. 용이야기도 나오고, 우주 항해사 이야기, 양치기를 사랑한 알파가 이야기,,, 이 이야기만 모아서 따로 단편집 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재화의 퇴고가 끝나면 용기의  몸에 글자가 나타나는 식으로, 둘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헤어진 후 멀리 떨어져, 간간히 소식만 건너 듣는 사이지만, 재화의 단편 소설을 계기로 천천히 엮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책 제목이 왜 <덧니가 보고 싶어>인지 알게되는 결말, 갑자기 장르가 스릴러로 바뀌어서 놀랐다. 그리고 재화와 용기는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났다. 

 이 소설을 다 읽고나면,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이 든다. 장르가 로맨스 같으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중간중간 판타지가 끼워져 있고, 귀엽지만 공포 스릴러는 덤이다.  틀림없는 건 이 책은 진짜 재미있다는 것. 이런 책을 이제야 읽다니. 너무 억울하다. 


소년의 아가미 문신이 완전 잠겼다. 
소년이 완전 잠겼다. 
소녀가 울면서 가파른 길을 되짚어가고 있을 때였다. 소년이 잠긴 자리에서, 사막보다 거대한 파도가 솟아올랐다. 아직 모두가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소녀만 보았다. 본 적 없는 거대한 파도가 사막으로 가는 것을.
 사막은 물바다가 되었고, 사라진 소년은 이제 물고기 왕자라고 불린다.

-물고기 왕자의 전설

 
소설에 나온 재화가 쓴 단편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물고기 왕자의 전설ㅠㅠ 보면서 너무 좋아서 입틀막 했다. 신비스럽고 아련하고 여운남고...